요즘IT업계 최대 화두는 생성 인공지능(AI)이다. 생성AI와 이와 관련된 기술을 통칭하는 ‘생성테크’(generativetech)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IT업계 전반에 투자가 얼어붙고 있지만AI에는 여전히 투자가 몰리고 있다.
최근에는AI챗봇 ‘챗GPT’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또 그전에 등장한AI기반 이미지 제작 도구도 이에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 이미지 생성AI에는 챗GPT개발사인 ‘오픈’의 ‘달리-2’(Dall-E2)와 영국AI기업 ‘스테빌리티AI’가 제작한 ‘스테이블 디퓨전’이 있다. 모두 텍스트를 입력하면 관련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AI도구다.
(사진=스테이블 디퓨전) 하지만 이 도구들은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대량으로 학습해야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어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저작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3명의 아티스트가 스테빌리티AI를 포함한 주요AI이미지 생성 회사를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스테빌리티AI, 미드저니, 디비언트아트를 제소하며 이 기업들이 “원작자인 예술가들의 동의 없이 웹에서 50억개 가량의 이미지를 스크래핑해AI도구를 학습시켰고 결과적으로 수백만 명의 예술가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최대 이미지 플랫폼인 게티이미지도 스테빌리티AI를 상대로 지적 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IT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게티이미지는 성명을 내고 “스테빌리티AI가 자사 소프트웨어를 학습시키기 위해 저작권 보호를 받는 이미지 수백만 개를 불법 복제하고 처리했다”고 전했다.
크레이그 피터스 게티이미지 최고경영자(CEO)는 “스테빌리티AI가 게티이미지의 허가나 고려 없이 타사의 지적 재산을 사용하고 상업적인 콘텐츠를 제공해 재정적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피터스는 “이 문제의 핵심은AI생성 도구가 다른 사람들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며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스테빌리티AI의 상업적 콘텐츠가 ‘공정 이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정 이용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뉴스 보도, 학문 연구, 예술 작품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원작의 이용을 허용하는 개념이다.
안젤라 폰타롤로 스테빌리티AI대변인은 더버지에 “우리는 이번 소송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논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버지는 이번 소송이 “콘텐츠 출처의 수익과 창작 산업의 미래 방향을 둘러싼AI기업과 콘텐츠 제작자 간의 법적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스테이블 디퓨전과 같은AI그림 툴은 훈련 데이터로 인간이 창작한 이미지를 활용하는데 주로 인터넷에서 원작자의 동의 없이 수집된다.AI기업들은 이러한 관행이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저작권 보유자는 이와 동의하지 않는다.
달리-2를 개발한 오픈AI등 일부 기업은 모델을 구축하는 데 사용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와 다르게 스테이블 디퓨전의 학습 데이터 세트는 공개돼있다.IT전문가 앤디 바이오가 스테이블 디퓨전의 데이터세트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콘텐츠 출처가 게티이미지와 같은 스톡이미지 사이트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 툴이 생성하는 이미지에는 종종 게티이미지 등의 워터마크가 포함되어 있다.
AI와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영국 서식스 대학의 안드레스 과다무즈는 “이번 사건은 이전의AI관련 소송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부사항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복잡해지고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피터스는 게티이미지가 이번 소송을 통해 금전적 보상을 받거나AI이미지 툴의 개발을 중단시키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AI툴과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법적 기준이 확립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피터스는 “지적재산권을 존중함과 동시에AI생성 모델을 구축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스는 스테이블 디퓨전을 디지털 음악 서비스가 등장했던 시기의 냅스터에 비유했다. 당시 냅스터로 인해 음악 파일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했고 전 세계적 음악 시장이 위기를 맞이했다. 그와 반대로 몇년 후에 등장한 스포티파이는 음악 저작권을 가진 대형 음반사 등과 협상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피터스는AI이미지 생성 기업이 스포티파이의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테빌리티AI는 아티스트들로부터 자신의 작품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최신 버전을 선보이며 아티스트 저작권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저작권자가 데이터셋에서 작품을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하지만AI툴을 둘러싼 저작권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