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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반드시 잡겠다" 결심했던 토종브랜드…10년만에 꿈 이룬 비결은

하나님아들 2022. 3. 13. 23:17

"유니클로 반드시 잡겠다" 결심했던 토종브랜드…10년만에 꿈 이룬 비결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SPA 탑텐 매출 6천억으로 늘려

진정성 중시한게 성공 비결
꾸준한 실험으로 기능성 향상
日 의류수준 훌쩍 뛰어 넘어

올해 고희에 들어섰지만
"나는 멋쟁이로 남고싶다"

온라인 시대 "매장 늘린다"
과감하게 역발상 투자 나서

입력 : 2022.03.13 

◆ 화제의 CEO ◆

진녹색 목티에 브라운 체크무늬 재킷을 걸친 멋쟁이였다. 알록달록 줄무늬 양말을 신은 노신사가 가성비가 좋다는 '맘모스 커피' 음료를 들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국내 제조·유통일괄(SPA) 브랜드 탑텐을 이끈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69)이다.

최근 서울 강동구 신성통상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염 회장은 "젊은 고객들이 많이 좋아하는 음료라 나도 많이 사먹는다"며 "결국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사업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웃었다. 그가 이끄는 탑텐 역시 양질의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고희(古稀)에 들어선 그는 여전히 "멋쟁이로 남고 싶다"고 했다. "패션업이 뭡니까.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업이잖아요. 아무거나 입고 다닐 수 없죠. 명품이냐고요? 그렇습니다. 다 우리 지오지아, 올젠, 앤드지 제품이거든요." 그가 밝게 미소 지었다.

염 회장의 미소에는 여유가 묻어나왔다. 지난해 SPA 브랜드 탑텐의 성공도 한몫했다. 지난해 탑텐 매출은 5850억원으로 유니클로의 최근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 5824억원을 뛰어넘었다.

"1위를 축하드린다"는 말에 그는 "우린 아직 1위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의 브랜드로서 세계로 나가 정상에 올라야 합니다. 그전까지 여기에서 매출이 많이 나왔다고 성공했다고 할 순 없어요."

한 명의 경영인으로서 그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겸손했지만 탑텐의 성공은 패션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었다.

2012년 탑텐 출범 당시 유니클로를 겨냥해 "일본 SPA 브랜드와 경쟁하겠다"고 했을 때 '허장성세'라는 비아냥도 많았다. 가방만 만들던 신성통상이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였다.

염 회장이 이 같은 비아냥을 찬사로 바꾼 데 걸린 시간은 10년이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3340억원이었던 매출 규모가 2년 새 75%나 뛰어올랐다. 염 회장은 "우리는 출범 직후부터 영업이익의 10%를 소재 개발에 지속적으로 쏟아부었다"면서 "단순히 '노재팬 운동'으로 탑텐의 성공을 재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탑텐 성장 비결은 뻔한 얘기지만 진정성이었다. 소득이 적은 사람도, 양질의 옷을 입을 수 있게 하자는 게 염 회장 경영철학이다.

그는 "멋을 부리는 옷은 쉽게 만들 수 있지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기본과 정도를 걷자는 마음으로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제품 개발에 힘썼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유니클로·무신사·탑텐의 발열 기능 내의를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을 통해 실험했다. 결과는 대반전. 탑텐의 제품이 가장 좋은 기능성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탑텐 제품은 유니클로에 비해 가격도 절반 이하다. 뛰어난 기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이 강대국인 건 기본인 소재에서 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그 소재에 밀려 많이 당했죠. 이번 연구 결과로 저희는 이제야 한발 더 다가섰습니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멀어요."

그는 탑텐의 성공은 모두 대한민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커지면서 한국 젊은이들의 감각 역시 세계적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때만 하더라도 외국 사람들을 보면 괜히 기가 죽었다"면서 "지금은 미국 사람들이 대한민국 차를 타고, 대한민국 음악을 듣는다. 요즘 젊은이들이 세계적인 감각을 보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톡톡 튀는 젊은이들이 탑텐에서 많이 일하고 있어요. 이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매번 브랜드 가치에 반영되죠. 좋은 제품을 알아봐주는 젊은 소비자들의 감각도 마찬가지고요. 모두 대한민국의 힘으로 느낍니다."

유니클로의 모델이었던 배우 이나영도 탑텐으로 적을 옮겨 현재까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국내 SPA 브랜드의 성장에 작은 힘이라도 기꺼이 내주고 싶다는 이나영의 의지가 강했다고 염 회장은 귀띔했다.

역발상 전략 또한 탑텐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탑텐은 오히려 오프라인 확장에 집중했다. 2019년 320개였던 매장은 지난해 483개까지 늘었다.

염 회장은 "공산품은 온라인이 독식할 수 있지만 옷은 매장에 나와서 보는 게 우선"이라며 "오프라인이 강해야 온라인이 강해진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매장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공존해야 하는 올해 역시 염 회장은 매장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올해 목표 매장 점포는 553개다.

그는 올해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경영 리스크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물류대란으로 급등한 운송비 부담부터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생산 차질 문제 등이다. 염 회장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고,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한 탑텐의 다음 목표는 해외 시장이다. 2024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등 아시아권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목표 매출은 7200억원이다.

신성통상 전체로는 3조원을 겨냥했다. 영업이익률도 14%까지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그는 "매출 덩치를 어느 정도 키워야 해외에 나가서 맷집도 생긴다"면서 "진출한 이후에는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트팩 가방·영화 박하사탕도 만들어봤죠

아름다움 추구 경영철학 바탕
매일 5시에 목욕재계 후 출근
아직도 알록달록 양말 신어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1983년 가방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회사인 가나안상사를 설립한 것도 패션업에 종사하고 싶어서였다.

나이키, 아디다스의 스포츠용 가방을 OEM 방식으로 납품해 회사 덩치를 키웠다. 과거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잔 스포츠'와 '이스트팩' 가방을 납품한 것 역시 염 회장이었다.

그는 "소위 잘나가는 브랜드들에 납품을 해보니, 직접 제조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찜'이라는 가방을 만들었다"면서 "이 제품이 히트하면서 제조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 신성통상 산하 탑텐, 지오지아, 올젠, 앤드지, 에디션 센서빌리티 등의 원천이 됐다. 아웃도어 노스페이스의 가방 제품 역시 현재 가나안에서 만들고 있다.

'영화 투자자'라는 이색 이력 역시 아름다움을 향한 그의 경영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염 회장은 1999년 1월 영화배우 문성근·명계남, 영화감독 이창동과 함께 유니코리아 문예투자를 설립했다.

당시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박하사탕' '시월애' '오! 수정'과 같은 한국 영화사에 주옥같은 작품들을 탄생시킨 버팀목이었다.

염 회장은 "그 당시 영화판 사람들과 참 재밌게 일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회상했다.

가나안의 대표인 그가 '패션계 거물'로 서게 된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 때였다.

환율이 급등하며 달러가 많은 수출기업들에 역으로 기회가 생기면서다. 2002년 그는 대우 계열사였던 신성통상 인수를 결정했다.

매출이 가나안의 두 배가 넘는 회사였지만,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기 직업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작업이라는 생각으로 경영 판단을 내립니다."

염 회장은 고희의 나이에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목욕재계'를 한 후 출근한다고 한다. 술을 즐겨 마시지만, 탄수화물은 피한다고 했다. "패션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배불뚝이로 비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웃었다.

39년간 경영에 주력한 염 회장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K패션을 세계에 알릴 기회와 희망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람들이 많이 묻습니다. 언제까지 경영활동을 할 거냐고요. 저는 대답합니다. '제 스스로가 늙었다고 생각할 때까지 하겠다'고요. 제 알록달록 양말 보이시죠. 아직 제가 탑텐과 할 일이 많다는 증거입니다(웃음)."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그는 "전혀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민주주의 체제가 갖는 선한 영향력이 경영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를 잘못하면 국민이 투표로 의사를 보여주잖아요. 대한민국을 강국으로 만든 힘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국민을 저희 탑텐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만들어야죠."


▶▶염 회장은…

△1953년 서울 출생 △경동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1980~1983년 효동기업 △1983년 가나안상사 설립 △1996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1999년~현재 씨앤티스 대표이사 회장 △2002년 신성통상 인수 △2002년~현재 신성통상 대표이사 회장 △2004년~현재 에이션패션 대표이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