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슈 국내 국외!!

구미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30일

하나님아들 2021. 6. 30. 14:10

 

구미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30일 개관 첫날 '한산'..인파 없이 몇몇 노인만

 

[경향신문]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경북 구미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이하 역사자료관)이 30일 공개됐다. 이 건물은 박 전 대통령 생가와 최근 전시물을 보강해 다시 문을 연 새마을운동테마공원 사이에 들어섰다.

30일 개관한 경북 구미 상모사곡동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2층에 박 전 대통령 취임식을 재현한 밀랍인형이 전시돼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역사자료관 개관으로 이 일대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한 거대한 기념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이 완성된 셈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을 의식한 듯 구미시는 역사자료관에 기획전시라는 카드를 끼워넣어 ‘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3년7개월 만에 대중에 공개된 역사자료관…“어떤 전시물로 채워졌나?”

30일 오전 8시50분, 구미시 상모사곡동 역사자료관. 예비개관 형태로 이 곳 전시물을 대중에 공개하는 첫 날이었지만, 이른 시각이어서인지 입장을 서두르는 관람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9시를 넘어서자 운동복 등 가벼운 차림을 한 중·장년층이 전시관 곳곳에서 보였다. 관람객들은 대부분 60~70대였다. 이들은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전시물 앞에서 회상에 잠기거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기자가 이날 역사자료관에 머문 9시50분까지 10명 남짓한 관람객이 목격됐다.

30일 오전 경북 구미 상모사곡동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2층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역사자료관 1층 로비에는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과거 구미 시가지 모습 등을 담은 사진 자료가 전시돼 있었다. 또한 1층에는 역사자료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수장고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공개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유품이 보관된 수장고는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구미시는 2004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 위탁받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사용하던 물품과 외교활동 시 받은 선물 등 5649점의 유품, 민간에서 기증받은 박 전 대통령 취임 연설 자료집이나 새마을운동 관련 책자 등 물품 등을 구미시 선산출장소에 보관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역사자료관 관계자는 “이 곳(수장고)은 외부가 유리벽으로 돼 있어서 혹시라도 깨져 버리면 전시물이 손상될 수 있다. 당분간 공개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별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보완 후 공개할 예정이지만, 올해 안으로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 대형 미디어월이 나왔다. 이 곳 직원은 “농업과 도시화, 전자상업도시, 또 친환경도시 이미지 등을 구현한 미디어아트가 3분 단위로 반복된다. 주제는 ‘잘살아보세’다”고 전했다.

경북 구미 상모사곡동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2층 전시물.|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조국 근대화의 길’을 주제로 한 상설전시실에 입구에는 ‘금오산아 잘있거라’ 등 과거 노래를 배경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록영상이 반복 상영되고 있었다. 이는 ‘가난 극복을 위해’라고 이름 붙은 영상실로, 박 전 대통령 취임 이전 상황을 유성가요 3곳에 맞춰 영상으로 만든 곳이다.

상설전시실은 영상실을 포함해 모두 5개의 세부 공간으로 나눠져 있었다. 전시물 대부분은 과거 사진과 영상 자료 위주로 구성됐다. 대통령 당선 감사문이나 스위스, 프랑스 대통령이 보낸 축전, 산업화 시작과 외자 도입, 베트남 파병,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관련 자료 등도 전시돼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벌인 사업과 관련한 기념자료가 대부분이었다. 부산화력발전소 준공 기념패, 경제개발 5개년계획 기념 특별 우표, 상수도 통수 기념패, 연두순시 기념 망치, 한양호 취항 기념 재떨이, 경부고속도로 준공 기념탑 조형물, 중앙선 전철 개통 기념 메달, 경전선 개통 기념 쟁반 등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계획도와 평면도 등 관련 자료도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었다.

역사자료관 측은 “제5대 대통령 취임식 현장 분위기를 비롯해 산업화 추진을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펼친 외교 활동, 또 정부와 국민들이 외자 도입을 위해 노력했던 모습을 살필 수 있다”면서 “또 수출 지향적 산업화 전략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볼 수 있는 공간과 박 전 대통령이 시행한 주요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의 변화 과정을 감상할 수 있는 영상실(한강의 기적)도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1977년 9월 구미 호텔 금오산 체류 당시 객실에서 사용한 재떨이.|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이날 관람객들은 상설전시실 출구 쪽에 마련된 박 전 대통령의 유품을 전시한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 곳은 국내 단체나 외국 정상 등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기탁한 물품로 채워져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한 물품 일부와 접견실을 재현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시물의 숫자는 5600여점에 이르는 역사자료관의 유품 수와 비교해 턱없이 적었다.

역사자료관 3층에 있는 아카이브실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자료 검색을 할 수 있었다. 또 박 전 대통령 등과 관련한 책이 놓여 있고, 이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상 등의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이날 역사자료관을 둘러본 한 70대 남성은 “생각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품을 많이 볼 수 없어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바로 옆에 있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에 꾸며도 될 만한 전시물이 많기 때문인지, 투입한 예산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유품을 많이 전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 상모사곡동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2층에 전시된 박 전 대통령의 유품.|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59억원 들인 역사자료관…구미시, “전문박물관으로 등록할 것”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출생 100년째인 2017년 11월부터 국비 64억 등 159억원을 들여 6164㎡ 부지에 1~3층 규모(연면적 4358.98㎡·약 1321평)로 자료관 공사를 진행했다. 시는 3개월 간 시범 운영을 거쳐 오는 9월 중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해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박정희 역사자료관 건립 사업은 그 적절성 등을 두고 논란이 계속돼 왔다. 구미시는 2014년 3월 경북과 전남 지역 국회의원 모임인 ‘국회 동서화합포럼’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 제안해 성사된 사업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전직 대통령의 유물과 자료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게 옳다”며 비판했고, 보수 성향의 사회단체는 “사업 중단은 박정희 역사 지우기”라며 맞서면서 논란이 커졌다.

경북 구미 상모사곡동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특히 장세용 구미시장(더불어민주당)이 취임한 직후인 2018년 7월부터는 공사를 취소하거나 다른 용도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또 ‘구미 공영박물관’이나 ‘구미 근·현대사 박물관’ 등으로 이름을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선상에 올랐다.

시는 그 해 10월 시정 현안을 논의하는 별도의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자료관의 명칭 변경 등을 추진하려 했지만, 관련 조례가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무산되는 등 역사자료관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

한편 구미시는 역사자료관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무관한 전시 공간도 선보인다. 그를 위한 기념사업이 과하다는 비판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는 역사자료관 개관을 맞아 기획전시 주제로 오는 10월 구미에서 열리는 제102회 전국체육대회 및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기념해 ‘열정으로 빛낸 대한민국 스포츠’를 선정했다. 시는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국내에서 열린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와 전국체전 관련 전시물도 선보이고 체험 공간을 마련해 둔 상태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