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40대 주부 지모씨는 6월이면 ‘신비’ 복숭아(사진) 먹는 맛에 푹 빠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동구매를 통해 주문해 먹은지 올해로 3년째라는 지씨는 “칼로 자르지 않고 바로 섭취할 수 있는 데다 단맛이 강해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천도계 복숭아의 하나인 ‘신비’ 복숭아가 수년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복숭아계의 아이돌로 부상했다. ‘신비’ 복숭아는 경북 경산·영천·김천이 주산지로, 6월 중하순이 최대 성수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7월로 접어들었지만 ‘신비’ 복숭아를 구할 수 없느냐는 말이 계속될 만큼 여전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5∼6년 전 시장에 얼굴을 비치기 시작한 ‘신비’ 복숭아가 본격적으로 유통된 건 2∼3년 전부터다. 천도계인 이 품종은 겉이 매끈하고 붉은색을 띤다. 과육은 유모계 ‘백도’ 복숭아처럼 희고 즙이 많다.
신한솔 롯데마트 과일팀 상품기획자(MD)는 “유모계 복숭아는 털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가 꺼리는 데다 먹을 때 껍질을 벗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신비’ 복숭아는 껍질째 섭취할 수 있고 천도계임에도 상대적으로 과육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아 소비자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올해 ‘신비’ 복숭아 취급량은 지난해 대비 50%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1년 중 2∼3주만 맛볼 수 있다는 희소성도 마니아층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면서 “최근 3일간 할인행사를 위해 김천에 이어 경남 창녕까지 공급 산지를 확대해 물량 160t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시세는 전년 대비 조금 내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7월 과일 관측’을 보면 6월 천도계 복숭아 가운데 ‘신비’ 품종의 도매시장 경락값은 5㎏들이 상품 한상자당 2만8800원으로 전년 대비 7.3% 하락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시장 반입량이 전년 대비 28.9%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러한 시세 흐름은 ‘신비’ 복숭아가 ‘제2의 샤인머스캣’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는 배경이다. 그러나 유통 전문가들은 급속한 재배 쏠림은 없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신MD는 “포도는 ‘캠벨얼리’나 ‘거봉’ 농가들이 나무를 뽑아내 샤인머스캣으로 완전히 갱신했지만, ‘신비’는 유통기간이 극히 제한적이다보니 복숭아농가들이 대거 품종을 갱신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