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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까지 정권이 장악한 베네수엘라... 野인사들 제거 ‘폭주’
하나님아들
2025. 5. 26. 00:06
사법부까지 정권이 장악한 베네수엘라... 野인사들 제거 ‘폭주’
입력2025.05.25.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인 후안 파블로 과니파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23일 다른 야권 인사 등 70명과 함께 수사 당국에 체포됐다. 당국은 그가 미국과 공모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체포는 25일 국회의원 288명과 주지사 24명 등을 뽑는 총선·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이뤄졌다.
마두로 정권이 수년에 걸쳐 야권 인사들을 이 같은 방식으로 ‘제거’해왔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선 야당이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의회에서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과 12개 위성 정당으로 구성된 좌파연대 의석 점유율은 91%에 달한다.
한때 미국식 양당제가 자리 잡으며 중남미 민주주의 선도국으로 평가받던 베네수엘라가 중국·러시아·북한에 못지않은 독재국가로 변모한 데는 정권의 대법원 장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미국식 양당제가 자리 잡으며 중남미 민주주의 선도국으로 평가받던 베네수엘라가 중국·러시아·북한에 못지않은 독재국가로 변모한 데는 정권의 대법원 장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법부가 정권을 견제하지 못하고 사실상 정권에 장악되면서 정권의 ‘폭주’가 가능해졌다.
베네수엘라의 ‘친정권 대법원’ 문제는 지난해 7월 대통령 선거 때 부각됐다.
극심한 경제난을 참지 못한 베네수엘라 국민은 1998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의 후계자인 마두로 대신 야권 대선 주자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에게 많은 표를 주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마두로 승리’를 발표했는데,
선거 조작 증거가 계속 나오면서 미국 등 서방국이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국민 반발도 거세졌다.
정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뉴스도 쏟아졌다.
이런 논란 가운데 최종 판결을 해야 할 대법원은 선거 3주 뒤 “이 선거 결과는 유효하고 이 판단에 대한 항소는 불가능하다”며 마두로에게 최종적으로 승리를 안겼다.
10여 년에 걸쳐 대법원을 정권의 ‘하수’로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법원 독립성 박탈 절차를 시작한 인물은 1999년 집권한 군부 출신 좌파 지도자 차베스다.
일단 그는 집권 직후 국민투표를 통해 이른바 ‘제헌(헌법 제정) 의회’를 만들어 기존 국회를 무력화시켰다.
제헌의회에 입성한 친정부 인사들을 앞세워 ‘사법 개혁’이란 이름으로 기존 대법원을 무력화했다.
이미 여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가 대법관을 선출하도록 해서 친정부 인사로 대법원(공식 이름 ‘최고법원’)을 채워갔다.
2004년엔 대법관 수를 기존 20명에서 32명으로 12명 늘렸다. 늘어난 12명 전원은 정권 입맛에 맞는 대법관으로 뽑았다.
2013년 차베스가 임기 중 사망하고 그의 정치적 후계자 마두로가 보궐선거로 당선된 후에도 대법원은 정권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마두로는 ‘대법원 개혁’이라며 대법관 수를 다시 20명으로 줄였지만,
2013년 차베스가 임기 중 사망하고 그의 정치적 후계자 마두로가 보궐선거로 당선된 후에도 대법원은 정권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마두로는 ‘대법원 개혁’이라며 대법관 수를 다시 20명으로 줄였지만,
결국 전에 있던 대법관 중에 정권 입맛에 특히 잘 맞는 이들이 재임명됐다.
‘개혁’이라는 명분을 걸고,
임기가 12년으로 정해져 있던 친정부 판사들에게 12년 새 임기를 추가해 주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엔 집권당에서 활동했던 변호사 출신 정치인 카르실리아 로드리게스가 대법원장에 임명돼 대법원의 독립성은 완전히 와해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포퓰리즘으로 국회 다수 의석을 장악한 행정부가 입법권을 활용해 사법부까지 장악하고,
사법부에 포진한 친정부 인사들이 판결로 집권 세력의 독재를 합법화하는 악순환 구도가 굳어진 상태다.
앞서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2018년 대선 때도 마두로를 적극 거들었다.
상황은 지난해 대선과 비슷하게 전개됐다.
당시 야권 후보로 나선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이 더 많이 득표했지만,
마두로 정권이 개입해 선거 결과를 뒤집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여러 증거를 근거로 야권 후보 후안 과이도를 선거 승자로 인정하고 그를 임시 대통령으로까지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과이도가 쿠데타를 시도했다며 출국 금지와 자산 동결 명령을 내리며 마두로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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