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해 산과 들로 피서를 떠나는 요즘, 우거진 나무와 웅장한 바위 속에 숨겨진 계곡 명소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선비들의 풍류가 깃든 계곡 명소 5곳을 소개한다.
수성동계곡. photo 한국관광공사 제공 (김정흠 촬영)
조선의 선비들이 극찬한 '서울 수성동계곡'
인왕산 수성동계곡(서울기념물)은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에 있어 한양도성 내에 자리해 조선의 왕족과 사대부, 중인이 자주 찾던 계곡으로 유명하다. 아름다운 풍경 덕에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가 이곳을 그림과 시로 소개했을 정도다. 현재는 건천으로 평소에 물이 흐르지 않는데, 많은 비가 내린 뒤에는 수성동 계곡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처럼 풍류를 즐길 만한 산책로도 조성되었으며 수성동 계곡과 인왕산, 세종마을(서촌)과 경복궁, 청와대 인근 풍경을 한눈에 감상하고 싶다면 인왕산자락길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볼 것을 추천한다.
무릉반석과 삼화사. photo 한국관광공사 제공 (채지형 촬영)
신선놀음하기 좋은 '동해 무릉계곡'
강원도 동해시 무릉계곡(명승)은 청량한 물소리와 풍류를 만끽하는 피서지로, 거대한 기암괴석과 장쾌한 폭포가 환상적이다. 호암소에서 용추폭포까지 약 4km 이어지는 계곡은 초입에 있는 무릉반석부터 눈길을 끄는데, 옛날 묵객들이 자연에 감탄하며 남긴 암각서가 곳곳에 보인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수려한 풍경이 진경산수화가 떠오르는 장관을 연출한다. 무릉계곡 근처에 스카이글라이더, 오프로드루지 등 이색 체험 시설과 무릉별유천지가 있다. 한적해서 매력적인 한섬해변은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많으며 도째비골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에서는 바다를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하고, 스릴 넘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괴산 화양구곡 풍경. photo 한국관광공사제공 (이시우 촬영)
굽이마다 절경 펼쳐지는 '괴산 화양구곡'
충북 괴산에는 우뚝 솟은 산과 깊은 계곡이 있는데, 그중 압권은 화양구곡(명승)이다. 청천면 화양천 주변 약 3km에 흩어져 있는 계곡으로, 아름다운 풍광이 자그마치 아홉 곳이나 된다. 여름에는 허가된 장소에서 물놀이도 가능해서 가족 단위 피서객에게 인기가 좋다. 1곡 경천벽을 시작으로 2곡 운영담, 3곡 읍궁암, 4곡 금사담, 5곡 첨성대, 6곡 능운대, 7곡 와룡암, 8곡 학소대, 9곡 파곶 등 풍경이 연이어 나온다. 조선 후기 성리학자 우암 송시열이 말년에 화양구곡에 내려와 지냈다. 이런 이유로 만동묘와 암서재, 화양서원 묘정비(충북기념물) 등으로 구성된 송시열 유적(사적)이 이곳에 있다.
화림동계곡. photo 한국관광공사 제공 (김수진 촬영)
청량함 듬뿍 담은 '함양 화림동계곡'
선비 문화의 중심지 함양에는 정자와 누각이 곳곳에 있는데, 그중 수려한 풍경과 여러 누정을 품은 화림동계곡은 우리나라 정자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곳에 선비문화탐방로 2개 구간이 있으며 그 중 화림동계곡의 백미인 거연정(경남유형문화재)과 농월정을 잇는 1구간(약 6km)이 인기다. 계곡을 따라 숲길과 마을길을 거닐며 거연정, 군자정(경남문화재자료), 영귀정, 동호정(경남문화재자료), 경모정, 람천정, 농월정 등 7개 정자를 만날 수 있다. 물이 흐르는 방향대로 걷고 싶다면 거연정에서 시작한다. 전 구간을 걷기 부담스러우면 정자와 계곡에서 쉬며 일부만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변산반도 최고의 비경으로 알려진 직소폭포. photo 한국관광공사제공 (박산하 촬영)
굽이굽이 이어진 신비의 숲 '부안 봉래구곡'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에 있는 봉래구곡은 약 20km에 이르는 하천 지형 아홉 곳을 이른다. 1곡부터 5곡까지 왕복 2시간 남짓한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아쉽게도 6~9곡은 1996년 부안댐이 완공되면서 물에 잠겨 볼 수 없다. 봉래구곡 여행은 5곡 봉래곡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변 암반에 새겨진 글자들을 살펴보는 것이 묘미며, 4곡 선녀탕과 3곡 분옥담은 지름에 비해 깊은 항아리 모양 포트 홀이 특징이다. 높이 약 30m에 이르는 2곡 직소폭포 앞에 서면 변산반도를 대표하는 절경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선조의 기록과 같이 변함없는 자연미다. 여정의 끝, 소담한 1곡 대소도 꼭 봐야 하는 비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