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의 숨은 명산 포항 경주 봉좌산] 장군 많이 배출한 '별들의 고향'
입력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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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좌산鳳座山(626m)은 포항시 기계면, 경주시 안강읍의 경계, 산꼭대기에 봉황을 닮은 바위 봉좌암鳳座岩이 있어서 불리는 이름이다. 대구·포항 고속도로에서 바라보면 날개를 펴고 봉황이 비상하거나 앉아 있는 형상. 산세가 수려하고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은데 기계면 봉계마을 쪽으로 오르면 구간에 따라 왕복 3~4시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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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치마 봄바람은 옛말
정오 지나 분옥정噴玉亭 두고 오른쪽 기도원 방향 등산로 입구(봉좌산 정상 1.8·분옥정 1.4·참샘이 0.7·기도원 0.1km)다. 여기서 정상까지 1.8km 정도. 비목·때죽·신갈·싸리·상수리·생강·좀깨잎·개똥·고광·신나무. 물씬물씬 풀내가 은근하다. 고광나무는 하얀 꽃봉오리 금방 터질 듯 탱탱하고, 산 입구에서부터 비목나무는 개체수가 많아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화사한 봄날의 비둘기 소리 정겹게 들리는 산길, 한바탕 일진광풍이 확 지나간다. 요즘 봄바람은 연분홍 치맛자락 휘날리게 하는 그런 설레는 바람이 아니다. 오늘도 초속 15m 센바람으로 강풍이다. 인정사정없이 불어대는 예측 불가능 태풍급이다. 철쭉꽃은 바람에 떨어지고 몇 송이 남지 않았다. 그러나 배냇저고리 같은 신록을 위안 삼아 걷는다. 12시 30분 비목·쪽동백나무 발 밑으로 기린초·산쑥·담쟁이·참나물·꿩의다리·둥굴레·족도리풀, 기린초가 단연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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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산길에 돌이 많아 군데군데 몇 무더기씩 쌓여 있다. 발에 채 넘어질 수 있어 조심해서 오른다. 예전에 깊은 산중에서 사나운 짐승이나 산적을 만나면 무기로, 호신용으로 쓰기 위해 돌무더기를 만들어 놓은 것이 돌탑의 유래다. 지금은 산행 안전을 기원하거나 소원을 빌기 위해 그 쓰임새나 역할이 바뀌어 산어귀에 쌓아놓은 돌탑을 쉽게 볼 수 있다. 강원도 산간에서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면 돌탑처럼 무덤을 만드는데 호식총虎食塚이라 했다.
곳곳에 소나무 무덤이 아직도 있는데 기계면 일대는 2013년경부터 소나무재선충병이 대면적으로 확산, 방제한 전력이 있다. 포항은 다른 곳에 비해 산림면적이 넓고 소나무 숲이 많은 것도 있지만, 특히 마사토磨沙土 지역이라 가뭄이 오래 계속되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활동이 길어져 확산이 잘 되는 곳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mm 정도 크기의 선충이 소나무를 말려 죽이는 병. 1905년 일본에서 나타나 1988년 부산 금정산으로, 지금은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이 감염되어 소나무에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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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나무껍질이 검은 산벚나무를 지나 오후 1시반, 샘터가 있지만 마실 수 없어 아쉽다. '참샘이 우물' 쉼터(봉좌산 정상 1.1·분옥정 2.1·봉좌마을도농교류센터 2.9km), 묘지, 오소리가 파놓은 똥굴을 바라보다 신갈나무 가파른 밧줄 잡고 오르니 어느덧 너럭바위. 건너편 운주산(806m)이 눈앞에 있는데 오래전 길을 잃고 헤매던 곳, 구름이 머물러 있다는 낙동정맥의 산이다. 대구·포항 고속도로 서포항나들목 지나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운주산, 왼쪽이 봉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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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미역줄나무, 둥굴래·사초·산쑥을 바라보며 심복골 삼거리(봉좌산 정상 0.4·오른쪽 봉좌산 전망대 0.2·봉좌마을도농교류센터 3.6km), 오후 2시. 이 산의 능선길 구간은 신갈나무 숲에 바위와 어울려 쇠물푸레, 철쭉이 주인이다. 400m쯤 지나 멀리 영일만 동해는 흐리지만 일망무제, 발아래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기계 일대의 들녘, 왼쪽에 운주산, 오른쪽 멀리 비학산·내연산, 뒤돌아보면 어래산·도덕산·자옥산까지 들어온다.
오후 2시 15분 봉좌산. 정상의 오래된 표석에는 해발 600m, 등산로 정비사업을 한 듯 새로운 표석은 626m. 낙동정맥 옆에 비켜 있지만 봉좌암 바위는 햇살에 반짝이며 곧 날아갈 듯하고 하얀 바위 옆에 노간주나무가 주인처럼 지키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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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鳳은 수컷, 암컷은 황凰인데 암수를 봉황이라 했다. 오색깃털에 닭의 머리, 뱀의 목, 제비턱, 거북 등, 물고기 꼬리를 가진 상서로운 새. 나라를 잘 다스려 성인군자가 나면 날아온다는 태평성대의 상징이었다. 조상들이 진산鎭山으로 비봉산을 선호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 고을마다 훌륭한 인물이 나오길 바라는 염원이었을 것이다. 땅을 돋아 봉란산鳳卵山과 벽오동·대숲을 만들어 오래도록 머물게 하고 용·거북·기린과 더불어 사령四靈이라 했다.
"경주 안강 사람들이 기계 장날 가던 길목인데 지게를 받쳐놓고 쉬던 곳이다."
동행한 지역 문화예술 선배님이 산 아래 '지게재'를 일러주며 기계 삼태사까지 곁들이는데 멀리 포항과 경주의 산하, 온갖 풍경은 병풍처럼 펼쳐졌다. 기계 삼태사三太師는 유삼재·윤신달·신몽삼을 일컫는다. 태사太師는 고려 정일품 벼슬. 서라벌의 북촌이었던 기계杞溪는 구기자나무가 많아 경덕왕 때부터 지명이 됐다. 오랫동안 경주에 속하다 조선 고종 무렵 흥해에, 1914년 포항시(영일군)에 편입되었다. 봉좌산 주변에는 삼태사를 비롯한 역사적 인물과 근세에 학계·재계 등 여러 방면의 걸출한 인재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장군이 많이 배출되었는데 한때 이 고장은 '별들의 고향'으로 불리기도 했다.
오후 2시 40분 바람에 몹시 흔들리는 정상의 쇠물푸레나무를 두고 능선길 도덕산 방향으로 걷는다. 철쭉·박달·신갈·오리나무, 곧이어 심복골 삼거리. 착한 부잣집 머슴 심복이 죽자 봉좌산 골짜기에 묻어주었는데 사람들은 심복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바로 걸으면 정자 전망대를 지나 낙동정맥의 도덕·자옥·운주산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오른쪽 봉계리로 내려간다. 묘지를 지나자 당단풍·난티나무, 삿갓나물·꼭두서니·산괴불. 왔던 길로 다시 돌아온 '참샘이' 근처에는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물푸레·까치박달나무와 투구꽃까지 눈을 즐겁게 한다. 계곡의 정자 쉼터에서 15분 걸려 등산로 입구까지 내려왔다. 오후 3시반 때죽나무는 꽃봉오리 터트리려 일시에 공중에 대고 나팔을 부는 듯하다. 쉬엄쉬엄 3시간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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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봉좌산기도원 ~ 계곡 정자 ~ 참샘이 우물 ~ 너럭바위(운주산 조망) ~ 심복골 삼거리 ~ 봉좌산 ~ 심복골 삼거리 ~ 너럭바위 ~ 참샘이 우물 ~ 계곡 정자 ~ 봉좌산 기도원
※ 원점회귀 4km 정도 쉬엄쉬엄 3시간
* 분옥정, 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 등에서 대략 5~10km, 3~6시간 정도
* 안강에서 '자도봉어' 환종주 산행 19km 가량 7~8시간 정도. 옥산서원(시점) ~ 자옥산(563m) ~ 도덕산(702m) ~ 봉좌산(626m) ~ 어래산(563m) ~ 옥산서원(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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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포항고속도로(서포항 IC) → 기계면 소재지(31번국도) 기계고등학교에서 좌회전 → 봉계리 이정표 → 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옛 기남초등학교) → 봉좌산기도원(2.5km 정도 진행).
※ 내비게이션 → 포항시 기계면 봉계리 262-1번지(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
숙식
포항, 경주 시내에 호텔, 여관, 다양한 식당이 많다.
주변 볼거리
옥산서원, 분옥정, 봉강재, 포항 죽도시장, 경주국립공원, 미륵산 케이블카 등.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김재준 '한국유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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