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윤평중>"무공천 약속 뒤집은 與, 민심 두려워않는 타락 극명히 보여줘"
김만용 기자 입력 2020.11.04.

윤평중 한신대 교수가 지난달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여 년 전 처음으로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文 당대표 때 만든 당헌 파괴
한국정치 신뢰 바닥으로 추락
정부 고위층 신뢰 못 받으면
그 사회는 일종의 ‘정글’ 돼
상식 초토화된 동물의 왕국化
文정부 가장 치명적 문제는
정의·공정을 조롱거리 만든것
한국사회 총체적 아노미상태
규범 파괴해 정치보복 제도화
정권 교체 땐 후과 감당할까
정치철학자인 윤평중(63)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합리적 보수 지식인’이라는 꼬리표를 늘 달고 있다. 1994년 진보 성향의 신문사에 고정 칼럼을 쓴 것을 시작으로 현재 보수 신문의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날리기까지 20년 넘게 특정 정파성에 치우치지 않는 글을 써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윤 교수의 글은 늘 누구에게나 매서웠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예로 든다면, 윤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념과 진영을 떠나 모두에게 날을 세워왔다. 그동안 윤 교수가 어느 정치인, 어느 진영을 돕는다는 얘기도 들은 바 없다. 윤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파워인터뷰에서 “지식인의 비판엔 성역이 있을 수 없으며 잘못한 일을 비판하는 것이 지식인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3일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추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진행됐다. 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윤 교수는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무엇을 했나.
“서울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었다. 언론을 전면 통제하는 시대이다 보니 그런 일이 광주에서 벌어졌다는 것은 나중에 집에 내려가 가족과 지인을 통해 알았다.”
―더불어민주당이 5·18 역사왜곡 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느끼는 바가 남다를 것 같다.
“나는 지난해 일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5·18 왜곡 발언을 했을 때 분노했다. 모 신문사에 시민적 양식에 대한 모욕이자 대한민국의 성취를 부인하는 망동·망언이라고 비판하는 칼럼도 썼다. 그럼에도 5·18 역사왜곡 특별법은 반대한다. 전형적인 과잉입법이다. 이 특별법은 역사해석의 정치화를 불러옴으로써 사상과 언론, 학문과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 역사해석의 정치화와 권력화는 민주공화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다.”
―최근 현안 중 하나는 민주당이 당원 투표를 명분 삼아 당헌을 뒤집고 서울시장 등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겠다고 정한 것이다.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민주당의 타락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문 대통령이 당 대표 때 만든 당헌을 스스로 파괴했다. 민주당의 책략적 행태가 한국 정치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전체적으로 상당히 비판적이다. 굳이 잘한 점을 찾으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다. 그 이외엔 찾기 어렵다. 사회·경제 전반의 정책, 남북문제 등 외교 안보 쪽에서 굉장히 잘못된 실정이 누적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때리기 같은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의 폭주가 만들어내는 심각한 문제들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특정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끄집어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코로나19 대응은 높게 사는 것인가.
“한국이 성공적으로 대응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엄밀히 보면,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를 비롯한 보건당국의 시스템은 문재인 정부에서 갖춰진 것이 아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확산 대응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실패를 바탕으로 대응 시스템이 완비된 것으로 안다. 우리 시민사회와 국민의 전폭적 협조도 큰 힘이 됐다. 여기에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시스템까지 삼위일체가 돼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어쨌든 현 정부의 성과로 평가돼 대통령 지지율이 탄탄하게 유지되는 것 아닌가.
“국민이 코로나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고,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에 기대는 집단심리가 생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지율과 국민의 위기감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활동을 통제하고 의료계를 거꾸로 협박하고 있다. 난 이것을 ‘코로나 파시즘’이라고 부른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정의와 공정이라는 깃발을 조롱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내로남불’ 조국 사태,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추 장관과 윤 총장과의 갈등, 일부 인사의 비리에 대한 정권 차원의 대응 등을 봤을 때 정의와 공정이 완전히 도치되고 전도되는 듯하다. 옳고 그른 것, 공정과 불공정의 잣대가 무너지고 해체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는 총체적 아노미 상태에 진입했다.”
“文정부 ‘코로나 파시즘’… 위기를 이용해 시민사회 활동 통제”
열성적 지지층 포함 80%의 지지율로 출발한 정권, 사법부·검찰·경찰·지방정부까지 견제없이 권력화
‘대통령은 오류가 없다’는 열광적 추종자 등에 업고 다수결로 부드럽게 정권 유지
편향적 인사·소득주도성장·탈원전… 고집스럽게 추진하다 개혁의 천금같은 기회 유실
文정부에 실망한 사람들도 야당을 대안세력으로 보지않아… 그래서 대통령 지지율이 더 탄탄한 것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국민의 시각에서도 그렇게 보일까.
“그렇다. 이제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 정부 고위층들의 행동이 전혀 신뢰를 받지 못할 때 그 사회는 일종의 정글이 된다. 이것은 토머스 홉스가 말한 ‘인간은 모든 인간에 대해 늑대이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사회’다. 상식이 초토화되기 때문에 남는 것은 벌거벗은 짐승의 세계와 같아지는 것이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와 같은 진영 논리가 판단의 결정적 준거가 되고, 오직 패싸움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 후유증이 클 수 있겠다.
“앞으로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규범파괴 때문에 고통을 받을 것이다. 바로 정치 보복의 제도화다. 자기들이 저지른 일이 있기 때문에 정권을 도저히 넘겨줄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집권 세력에 의해 집중적인 억압과 탄압의 대상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과잉 처벌을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니체가 말한 르상티망(ressentiment)의 증오와 복수심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언젠가 정권이 교체될 텐데 나는 그때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할지 굉장히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을 약속했던 대통령이다.
“그랬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 자기를 찍지 않은 분들까지 모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 하지만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본인의 약속을 완전히 식언한 것이다. 이 정부는 분할통치 전략을 국정 기조로 삼은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탄생한 정부라 기대하는 국민이 많았다. 한때 지지율이 80%를 넘기도 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뚜렷한 정치적 족적을 남겨 대선에서 이긴 것이 아니다. 정권을 주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의 시대착오적 수구 반동세력이 국정 농단까지 자행하니 정의롭고 온유해 보이면서 깨끗해 보이기까지 한 문 대통령이 지도자로 옹립된 것이다. 정권 초기 지지율이 80%라는 의미는 정치 세력이 누릴 수 있는 헤게모니(주도권)의 지평이 사실상 극대화한 수치다. 대한민국 미래 100년을 위해 적폐를 청산하면서도 사회통합을 하며 노동개혁 같은 미래지향적인 개혁까지 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한 것이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기회가 이 정권에 있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자기 사람만 챙기는 인사정책,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등 족보에도 없는 정책들을 고집스럽게 펼치다가 결국 지지층의 절반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정말 제대로 개혁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유실해 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치열하게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유독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평가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의 통상적인 모습들, 즉 권력의 견제와 균형, 3권분립, 법치주의 등을 차근차근 무력화시키는 게 보인다. 지방정부까지 완전히 장악하지 않았나. 의회는 말할 것도 없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의 사법부, 검찰과 경찰 모두 현재 문 대통령의 손안에 있다. 전혀 견제받지도, 통제받지도 않는 권력이 만들어진 것이다. 시민사회와 언론도 거의 식민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은 이 정부와 공동정권의 성격을 보인다. 어용 지식인들에겐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보장해주고 있다. 이런 실질적 토대가 있어서 분할통치 전략, 적과 동지의 이분법 구사가 가능하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소위 ‘대깨문’ ‘문빠’로 불리는 열성적인 지지층이다. 이들은 개인 우상을 숭배하듯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 이들에게 대통령이란 오류가 있을 수 없는 존재다. 전형적인 파시스트적 사고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내가 이 정부를 ‘연성 파시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다수결 절차로 부드럽게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를 파시즘 정부라고까지 표현하나.
“파시즘이라는 것이 다른 게 아니다. 파시즘 정부는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다. 그 근간엔 열광적 추종자들이 있다. 독일 나치 히틀러도 그랬다. 히틀러는 쿠데타로 집권한 것이 아니다. 나치당은 바이마르 공화국 혼란을 이용해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제1당이 됐고 히틀러는 총리가 됐다. 히틀러가 본격적으로 파시즘 행보를 보이고, 주변국 침략에 나섰을 때도 독일 국민 다수는 히틀러를 열광적으로 지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유독 친일파 논쟁이 거세다.
“친일파 논쟁은 문재인 정부로선 포기할 수 없는 보험과 같은 존재다. 정서적 호소력이 어마어마하다.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절엔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있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치명적인 주홍글씨는 단연 친일파다. 특히 이 정부에서 만들어낸 ‘토착왜구’는 매우 강력하다. 참 절묘하다. 문재인 정부엔 이쪽 전문가가 많은 것 같다. 선전·선동의 달인들이다. 친일파 논쟁을 비판하는 시민들을 적으로 여기면서 끊임없이 약화시키고 고립시킨다.”
―문 대통령은 착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선한 의지가 국민으로부터 높게 평가받는다.
“나도 만나본 적이 없는 분이지만 착하다는 것도 간접 유추와 이미지일 뿐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권력을 쥔다는 것을 악마와의 거래라고 표현했다. 국민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물리적 권력 사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나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인간적으론 착한 사람이더라도 정치 리더로서 지극히 부적격이었던 경우를 역사 속에서 많이 보게 된다.”
―집권 4년 차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탄탄하다.
“국정 성과도 미미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삶이 지난 정부보다 훨씬 어려워졌는데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이 40%를 넘는 것은 ‘정치 효능감’과 ‘노무현 트라우마’ 때문이다. 아직 국민은 이른바 ‘촛불 혁명’의 잔상을 너무 강력하게 가지고 있다. 불의한 시대착오적 수구세력을 쫓아내고 우리 힘으로 정의롭고 공정한 진보개혁의 리더로서 문 대통령을 세웠다는 자부심이다.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아직도 문 대통령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또 열성 지지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다가 결국 노 전 대통령 같은 걸출한 지도자를 잃어버렸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만큼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정서적 귀속감이 있다고 본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 교수는 지난해 말 당시 ‘자유한국당은 맨정신으로는 지지할 수 없는 정당’이라고 혹평한 적이 있다.
“그래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탄탄하다. 국민의힘이 쫓아가려다가 미끄러지는 것을 반복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실망하고 권력의 폭주를 우려하는 분들도 지금의 야당을 대안세력으로는 보지 않는다. 역사에서 퇴출해야 할 세력으로 본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탄핵을 통해 절대다수의 시민이 단죄한 정당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도 대통령 후보를 내지 말아야 했다. 국민이 보기엔 진정 어린 사죄도 없었다. 말로는 했지만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면면인데 …(변하지 않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생각이 있다. 국민의힘이 ‘박근혜’를 버리면 살 수 있나.
“나는 박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현대사의 영웅이라고 본다. 박정희 전 대통령 본인은 비참하게 죽었지만, 우리 사회의 문명 전체에 거대한 진화를 촉진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개발독재와 압축 발전 시대의 일이다. 박정희 같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진화과정을 무시한 게 박근혜 정부다. 그 불가피한 결과가 탄핵이었다. 박정희는 카리스마도 있고, 산업화라는 실질적 국정 통치 성과가 있었다. 박근혜라는 정치인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아버지 후광에 올라탄 것이다. 친박(친박근혜) 세력들은 박근혜의 이름만 이용했을 뿐이다.”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무엇이 화두가 될까.
“우선 정의와 공정이다. 정의와 공정을 대변할 것이라고 기대됐던 문 대통령이 이걸 철저히 배반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경제살리기다. 지금 실물경제가 많이 어렵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절규하고 있다. 모두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실정 때문에 야기되는 측면이 크다. 앞으로 대선까지 상황이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대다수 국민에게 가장 피부에 와 닿으면서도 절박한 것은 역시 먹고사는 문제, 일자리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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